<생명력의 형태> 주변의 생물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.주변 사람에게서 연예인 닮은 꼴 찾기도 내 특기다. 그중 곤충에 관심을 갖기 시작 한 건 몇 년 전 가을이었다.바람이 거센 가운데 코스모스에 달라붙어 꿀을 모으고 있는 꿀벌을 보았다.10분 정도 관찰했을까? 90도로 꺾였다가 휘청거리는 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. 주변에 사람이 있든 말든,바람에 밀려 원래 앉으려던 꽃 옆의 꽃에 안착하던 말던,꺾이는 꽃들에 자신이 위태롭든 말든,그냥 일만 하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미련해 보이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. 그렇게 2020년 디지털을 이용한 벌레 인간 시리즈를 그렸었다. 2023년 봄,코로나가 끝나고 난 뒤 끈질기게 살아있던 식물들을 방구석에서 발견했다. 몇 번의 겨울을 버텨낸 존재들이 내 공간 속에서 숨죽이며 지내고 있었다. 좁은 화분 속, 틈도 없이 뚫고 올라와 사방으로 뻗어나간 스투키꾸역꾸역 새로운 잎을 내면서도 매일 우수수 떨어진 꽃잎들로 바닥이 지저분하던 은행목한 밤 자고 일어나면 조그만 혹들이 자라나 복잡한 모양이 되어가는 다육 선인장 살고자 했던 노력들은 꽤나 끈질기고 괴상한 모습으로 생물들을 진화시켰다.(소녀였던 엄마들이 세월을 지나오면서 단단하고 억센 모습으로 진화하며 가족을 지탱하듯...) 운주_은행목_2023_Acrylic & Mixed media on Linen_91x91cm '은행목’은 그중 하나로 그 생명력을 닮고 싶은 구름의 모습을 표현했다. 떨어지는 잎들 사이로 구름에게서 초록색 아우라가 펼쳐진다. 그 주변으로 삶과 버팀에 관한 생각들을 낙서로 표현했다. 입체 낙서는 평면적인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타낸다.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답하기 위한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. 왼: 운주_어떤개미_2023_Acrylic paint on Linen_2023_53 x 45.5cm 생명력 식물 시리즈 중 하나인 ‘어떤 개미’는 작가의 방이 개미로 뒤덮였던 옛날 기억에서 나왔다.바닥을 가득 메우며 방을 점령했던 개미군단은 퇴치 후에도 몇 번이고 다시 들어왔다.매일이 전쟁이었지만 방어와 공격을 반복하다보니 징그러운 개미들과도 끝은 있었다. 정찰병 한 마리를 놓치면 순식간에 수 백마리가 쳐들어오는 대담함,끊임없이 쳐들어오는 끈질김, 살기 위한 움직임은 징그러움을 넘어 대단하다는 존경의 마음을 들게했다. 오: 운주_어떤거미_2023_Acrylic paint on Linen_2023_53 x 45.5cm 현재 작업실에는 거미줄이 곳곳에 숨어있다.청소를 해도 일주일 뒤에 보면 숨은 공간 안에 또 집을 지어놨다. 평소엔 몸을 숨기고 있고 날벌레도 잡아주니 개미보단 낫다. 그런 의미에서 거미줄, 거미의 집이 계속 생겨나는 일들은 살고자 하는 노력의 연속인 것이다.'은행목'에도 거미줄이 가득 등장한다. 구름은 거미와 개미를 만나 그 끈질김과 생명력의 힘에 매료당했고 자신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. 욕망의 불씨가 타올랐다. 운주 OUNJU2023.06.10